무엇이 결혼관계를 망치는가?
행복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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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1 16:14
배우자나 파트너의 부정(不淨)은 부부나 연인 관계에 심각한 재앙을 초래한다. 상대방은 물론 당사자도 큰 상처를 받고, 한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불륜과 같은 부정의 당사자들이 결과를 좋게 마무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자녀나 다른 가족이 있는 경우라면 그들도 마찬가지로 큰 상처를 받는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불륜의 장점은 찾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륜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관계의 사건이다. 불륜은 특이한 성향을 가진 소수 사람들이 저지르는 비윤리적인 행위가 아닌 모양이다. 달리 말하면, 누구나 자신의 파트너를 배신할 수 있고 불륜과 같은 외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한국 가정법원의 발표를 보면, 부부가 이혼하는 사유 중 세 번째로 많이 보고된 것이 ‘배우자의 외도’라고 한다. 가장 많이 보고된 사유는 부부 간의 성격 차이인데, 성격 차이의 근간에도 서로 신뢰를 깨뜨리는 배신이 들어 있을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노골적으로 외도를 권하는 기혼 남녀 만남 중개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Ashley Madison)’은 최근 그 가입자 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돼 큰 이슈가 됐다. 한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가입 당시 자신의 국가를 ‘한국’이라고 표시한 사람은 무려 66만 7296명이었다. 가입자 숫자로는 전체 53개 국가 가운데 9위, 인구 대비 가입자 비율로는 17위였다. 이러한 단면들만 보더라도 변치 않는 사랑으로 만족스러운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드물어 보인다. 그렇다면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이란 어떤 것인지, 나아가 행복한 결혼 관계의 유지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반드시 알아야 하지 않을까? 행복한 삶을 위해서 이보다 더 중요한 물음과 고찰은 없는 것 같다.
배신…
굳이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배우자의 외도로 인해 결혼 관계가 불행해진 커플은 많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부부들이 실패한 결혼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가정불화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으니, 불륜과 같은 비도덕적 행동은 집계된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혼 남녀의 외도를 연구한 킨제이(Alfred C. Kinsey)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40대 기혼 남성의 50%와 기혼 여성의 25%에게 불륜의 경험이 있다고 한다.[1] 우리는 이유를 불문하고 결혼이 파경에 이르는 원인, 결혼 관계의 불만족을 야기하는 주된 요인으로 배우자의 배신을 꼽는다.
사실, 부부간의 배신이라는 것을 성적(性的)인 일탈 행위만으로 국한해 생각할 수는 없다. 그밖에 훨씬 더 많은 것이 포함될 수 있다. 가령, 상대에게 하는 아주 작은 속임수는 물론이거니와 신뢰를 저버리는 모든 행위가 다름 아닌 배신이다.
오랜 기간 커플의 대화를 연구해온 존 가트만(John M. Gottman) 박사는 ‘외도’의 정의를 파트너에게 자신의 행동을 말하지 않고 숨기는 것이라고 했다. 재산이나 주변 인간관계에 관한 사실을 배우자에게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거나, 밖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감추는 것도 배신에 해당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것도 명백한 폭력이자 배신이다. 배우자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들은 분명한 기만 행위이며 어쩌면 이런 행동들은 바람을 피우는 일만큼이나 나쁘다고 할 수 있다. 말로는 사랑한다고 해도 이미 사랑이 아닌 관계라는 것을 이보다 더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우리는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를 배신이라 일컫는다.
불륜은 왜 일어날까
흔히, 결혼 생활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여겨지는 외도를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David M. Buss)는 성적 외도와 정서적 외도로 구분했다.[2] 미국의 할리(Willard F. Harley) 박사는 성적 외도와 정서적 외도로 구별하고서, 정서적 외도는 이미 성관계를 가졌을 가능성이나 나중에 성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성적 외도와 마찬가지로 위협적이라고 주장한다.[3] 배우자 이외의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져 있고,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사랑을 표출했다면 외도로 보는 것이다. 또한 불륜을 오랫동안 연구한 미국의 브라운(Emily M. Brown) 박사는 결혼 생활에 쏟아야 할 삶의 에너지를 다른 이성에게 쏟고 있다면 무조건 외도로 보아야 한다고 보고, 성적 외도보다는 정서적 영역을 훨씬 중요한 요소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4]
정서적 영역의 요인이 중요하다는 이유가 성적 외도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성적 외도라는 결과를 따지기 이전에 불륜 관계가 일어난 원인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로 마음을 열게 된 정서적 외도의 이유를 이해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 고찰이 어쩌면 불륜의 원인보다 더 중요한, 망가진 결혼 관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외도를 일으키는 원인에 대한 이론적 관점으로는 크게 개인 내적 차원과 맥락적 차원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5] 개인 내적 차원에서는 외도의 원인을 불륜 관계를 맺는 사람의 기질적 특성(trait)에서 찾거나, 정신분석적 관점이나 애착의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기도 한다. 연구에서는, 지나친 자유방임적 성격과 억제 능력이 낮고 지루함을 참기 힘들어하는 성격일수록 쉽게 불륜 관계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6] 정신분석적 관점에서는 외도가 성격적인 장애나 결함으로 인해 일어난다고 바라본다. 또한, 애착 관점의 연구에서는 유아기 애착 문제로 인해 자기애성 성격 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feature)의 특성이 높은 사람이 연애를 할 때 외도에 더 많이 관여한다고 보기도 한다. 그밖에 외도를 생물학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진화심리학적 관점도 있다.
불륜에도 원인이 있고 그것이 흔하다고 해서 가벼이 여긴다는 뜻은 아니다. 불륜과 같은 비도덕적 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외도와 같은 행동의 원인을 개인이 갖는 내적 차원만으로 해석하기에는 관계의 복잡성을 다 설명하기에 부족해 보인다.
관점 전환: 맥락의 변화에 대한 관찰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출처/ http://unsplash.com
주목해야 하는 관점은 외도를 불륜 관계를 맺는 사람의 내적 요인보다는 당사자가 이룬 배우자와의 관계, 그밖의 배경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맥락적 차원의 접근이다. 이러한 관점은 결혼 생활에 대한 만족도와 같은 관계적 측면에서 또한 외도의 근본적 원인을 찾는 시도를 한다. 결혼 만족이란 남편과 아내의 욕구와 기대가 서로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적 수준에서 충족되는 정도를 말하며, 부부 관계에서 욕구와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때 개인은 불만족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혼 생활의 불만족에 대한 국내 연구에서는 불륜의 원인으로 결혼 관계의 불만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7] 특히 부실한 의사소통, 공통적인 삶의 목적 부재, 너무 다른 관심사와 소외감 등으로 인해 정서적 돌봄이 부족해지고 이로 인한 결혼 관계가 불만족스러워지자 정서적 따뜻함과 지지를 찾기 위해 다른 관심사, 특히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결과를 설명한다.
외도를 해석하는 맥락적 관점은 부부 관계에 배신이 일어나는 원인을 한 사람의 내적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고 결혼 생활 자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바라본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즉 외도란, 부부관계에서 서로 욕구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을 때 관계가 약화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로 자신을 지지하고 돌봐주거나 욕구를 충족시켜줄 대상을 추구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불륜이라는 현상을 깊게 이해해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불륜은 단순한 성적인 일탈도 배신도 아닐지 모르겠다. 실패한 관계가 초래하는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작은 신뢰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면 결국 결핍된 욕구를 채워줄 다른 사람을, 혹은 다른 사랑을 찾게 된다. 사랑이 필요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이렇게 맥락을 찬찬히 바라보자고 해서, 배신당한 사람의 책임을 함께 묻는 것이 절대 아니다. 불륜과 같은 부도덕한 행위를 이해하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외도는 분명 상대방을 기만한 용서받기 힘든 짓이다. 상대의 외도로 생긴 상처는 짐작했던 것보다 잘 낫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에게는, 내 가족에게는 일어날 것이라고 감히 생각지 못한다. 우리는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강조한다고 해서 범죄를 막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범죄의 원인을 이해하고 이에 관한 일정한 활동과 조치를 취해야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간음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외도가 얼마나 나쁜 일인가를 설명하는 것만으로 이토록 흔히 일어나는 불륜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외도를 단순히 부도덕한 것으로 치부하여 제쳐놓지 말고, 사람 사이에 불륜과 같은 배신 행위가 일어나게 된 원인을 이해해보아야겠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경험으로부터 배워나가야 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불륜은 실패한 관계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
흔히 불륜으로 인해 결혼이나 관계가 깨진다고 생각하지만, 불륜은 실패한 관계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다시 말해, 불륜은 실패한 결혼의 징후이며 서로 이미 사랑이 식어버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곧 불륜이라는 의미다.
부부는 서로 존중하고 사랑받아야 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로 대접받지 못하면 자존감에 심한 상처를 입고 분노한다. 아내는 남편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면 비참해 하고 절망스러워한다. 그래서 때로 홧김에 복수하려고, 혹은 자존감의 회복을 위해 외도를 하려하기도 한다. 둘 다 결과는 당연히 돌이키기 힘들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바르타(William D. Barta) 교수는 상대방에 대한 정서적 불만족과 무시당하는 느낌, 그리고 관계 속에서 평소에 자주 느끼는 분노가 외도의 주된 동기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설명한다.[8] 이와 더불어 상대방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바람을 피우게 되었다는 고백은 물론, 상처를 주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었으며 이를 통해서라도 배우자에게 얻고 싶었던 관심이 내면에 바탕이 되어 있음을 알아내기도 했다. 어떤 경우에는 외도가 관계 회복을 위한 불행하고 처절한 마지막 구호 신호였을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위한 서로의 노력
부부는 서로 존중하고 사랑받아야 한다. 출처/ http://pixabay.com 사람은 모두 다르다. 사소한 욕구도 당연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섬세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없다면 상대의 사소한 욕구를 파악하기는 정말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랑한다면 상대방의 기본적인 욕구의 충족은 물론 신뢰를 저버리는 사소한 행동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서로는 서로의 행복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인은 행복해야 하지만 실제로 행복한 시간보다 괴롭고 힘든 시간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진정한 삶과 행복을 위해 기꺼이 서로 사랑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아도 결혼한 커플의 절반은 헤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커플이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되어 등을 돌린다. 나머지 절반 중에서도 사랑에 기반을 둔 완벽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은 1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크게 절망스러운 결과이다.
서로 믿고 사랑하는 데에는 두 사람의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 앞에 세상만물이 변하듯이 사랑을 시작했을 때의 조건과 감정은 반드시 변하고야만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우연으로 시작된 인연이 사랑이라는 기적으로 발전하고, 행복으로 굳건하게 걸어가는 그 시작은 진실한 마음으로 서로 소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것은 관계의 발전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통이 고통이 되는 순간 관계는 끝나는 것인가? 아니다. 또 다시 노력이 필요한 시점임을 알아야 하는 순간이다. 고통이 되어버린 원인을 찾고 다시 소통이 되도록 서로 책임감 있게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길이 아닌 길은 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건, 다시 돌아오는 길에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륜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관계의 사건이다. 불륜은 특이한 성향을 가진 소수 사람들이 저지르는 비윤리적인 행위가 아닌 모양이다. 달리 말하면, 누구나 자신의 파트너를 배신할 수 있고 불륜과 같은 외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한국 가정법원의 발표를 보면, 부부가 이혼하는 사유 중 세 번째로 많이 보고된 것이 ‘배우자의 외도’라고 한다. 가장 많이 보고된 사유는 부부 간의 성격 차이인데, 성격 차이의 근간에도 서로 신뢰를 깨뜨리는 배신이 들어 있을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노골적으로 외도를 권하는 기혼 남녀 만남 중개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Ashley Madison)’은 최근 그 가입자 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돼 큰 이슈가 됐다. 한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가입 당시 자신의 국가를 ‘한국’이라고 표시한 사람은 무려 66만 7296명이었다. 가입자 숫자로는 전체 53개 국가 가운데 9위, 인구 대비 가입자 비율로는 17위였다. 이러한 단면들만 보더라도 변치 않는 사랑으로 만족스러운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드물어 보인다. 그렇다면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이란 어떤 것인지, 나아가 행복한 결혼 관계의 유지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반드시 알아야 하지 않을까? 행복한 삶을 위해서 이보다 더 중요한 물음과 고찰은 없는 것 같다.
배신…
굳이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배우자의 외도로 인해 결혼 관계가 불행해진 커플은 많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부부들이 실패한 결혼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가정불화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으니, 불륜과 같은 비도덕적 행동은 집계된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혼 남녀의 외도를 연구한 킨제이(Alfred C. Kinsey)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40대 기혼 남성의 50%와 기혼 여성의 25%에게 불륜의 경험이 있다고 한다.[1] 우리는 이유를 불문하고 결혼이 파경에 이르는 원인, 결혼 관계의 불만족을 야기하는 주된 요인으로 배우자의 배신을 꼽는다.
사실, 부부간의 배신이라는 것을 성적(性的)인 일탈 행위만으로 국한해 생각할 수는 없다. 그밖에 훨씬 더 많은 것이 포함될 수 있다. 가령, 상대에게 하는 아주 작은 속임수는 물론이거니와 신뢰를 저버리는 모든 행위가 다름 아닌 배신이다.
오랜 기간 커플의 대화를 연구해온 존 가트만(John M. Gottman) 박사는 ‘외도’의 정의를 파트너에게 자신의 행동을 말하지 않고 숨기는 것이라고 했다. 재산이나 주변 인간관계에 관한 사실을 배우자에게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거나, 밖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감추는 것도 배신에 해당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것도 명백한 폭력이자 배신이다. 배우자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들은 분명한 기만 행위이며 어쩌면 이런 행동들은 바람을 피우는 일만큼이나 나쁘다고 할 수 있다. 말로는 사랑한다고 해도 이미 사랑이 아닌 관계라는 것을 이보다 더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우리는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를 배신이라 일컫는다.
불륜은 왜 일어날까
흔히, 결혼 생활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여겨지는 외도를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David M. Buss)는 성적 외도와 정서적 외도로 구분했다.[2] 미국의 할리(Willard F. Harley) 박사는 성적 외도와 정서적 외도로 구별하고서, 정서적 외도는 이미 성관계를 가졌을 가능성이나 나중에 성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성적 외도와 마찬가지로 위협적이라고 주장한다.[3] 배우자 이외의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져 있고,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사랑을 표출했다면 외도로 보는 것이다. 또한 불륜을 오랫동안 연구한 미국의 브라운(Emily M. Brown) 박사는 결혼 생활에 쏟아야 할 삶의 에너지를 다른 이성에게 쏟고 있다면 무조건 외도로 보아야 한다고 보고, 성적 외도보다는 정서적 영역을 훨씬 중요한 요소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4]
정서적 영역의 요인이 중요하다는 이유가 성적 외도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성적 외도라는 결과를 따지기 이전에 불륜 관계가 일어난 원인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로 마음을 열게 된 정서적 외도의 이유를 이해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 고찰이 어쩌면 불륜의 원인보다 더 중요한, 망가진 결혼 관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외도를 일으키는 원인에 대한 이론적 관점으로는 크게 개인 내적 차원과 맥락적 차원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5] 개인 내적 차원에서는 외도의 원인을 불륜 관계를 맺는 사람의 기질적 특성(trait)에서 찾거나, 정신분석적 관점이나 애착의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기도 한다. 연구에서는, 지나친 자유방임적 성격과 억제 능력이 낮고 지루함을 참기 힘들어하는 성격일수록 쉽게 불륜 관계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6] 정신분석적 관점에서는 외도가 성격적인 장애나 결함으로 인해 일어난다고 바라본다. 또한, 애착 관점의 연구에서는 유아기 애착 문제로 인해 자기애성 성격 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feature)의 특성이 높은 사람이 연애를 할 때 외도에 더 많이 관여한다고 보기도 한다. 그밖에 외도를 생물학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진화심리학적 관점도 있다.
불륜에도 원인이 있고 그것이 흔하다고 해서 가벼이 여긴다는 뜻은 아니다. 불륜과 같은 비도덕적 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외도와 같은 행동의 원인을 개인이 갖는 내적 차원만으로 해석하기에는 관계의 복잡성을 다 설명하기에 부족해 보인다.
관점 전환: 맥락의 변화에 대한 관찰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출처/ http://unsplash.com
주목해야 하는 관점은 외도를 불륜 관계를 맺는 사람의 내적 요인보다는 당사자가 이룬 배우자와의 관계, 그밖의 배경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맥락적 차원의 접근이다. 이러한 관점은 결혼 생활에 대한 만족도와 같은 관계적 측면에서 또한 외도의 근본적 원인을 찾는 시도를 한다. 결혼 만족이란 남편과 아내의 욕구와 기대가 서로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적 수준에서 충족되는 정도를 말하며, 부부 관계에서 욕구와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때 개인은 불만족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혼 생활의 불만족에 대한 국내 연구에서는 불륜의 원인으로 결혼 관계의 불만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7] 특히 부실한 의사소통, 공통적인 삶의 목적 부재, 너무 다른 관심사와 소외감 등으로 인해 정서적 돌봄이 부족해지고 이로 인한 결혼 관계가 불만족스러워지자 정서적 따뜻함과 지지를 찾기 위해 다른 관심사, 특히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결과를 설명한다.
외도를 해석하는 맥락적 관점은 부부 관계에 배신이 일어나는 원인을 한 사람의 내적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고 결혼 생활 자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바라본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즉 외도란, 부부관계에서 서로 욕구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을 때 관계가 약화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로 자신을 지지하고 돌봐주거나 욕구를 충족시켜줄 대상을 추구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불륜이라는 현상을 깊게 이해해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불륜은 단순한 성적인 일탈도 배신도 아닐지 모르겠다. 실패한 관계가 초래하는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작은 신뢰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면 결국 결핍된 욕구를 채워줄 다른 사람을, 혹은 다른 사랑을 찾게 된다. 사랑이 필요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이렇게 맥락을 찬찬히 바라보자고 해서, 배신당한 사람의 책임을 함께 묻는 것이 절대 아니다. 불륜과 같은 부도덕한 행위를 이해하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외도는 분명 상대방을 기만한 용서받기 힘든 짓이다. 상대의 외도로 생긴 상처는 짐작했던 것보다 잘 낫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에게는, 내 가족에게는 일어날 것이라고 감히 생각지 못한다. 우리는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강조한다고 해서 범죄를 막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범죄의 원인을 이해하고 이에 관한 일정한 활동과 조치를 취해야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간음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외도가 얼마나 나쁜 일인가를 설명하는 것만으로 이토록 흔히 일어나는 불륜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외도를 단순히 부도덕한 것으로 치부하여 제쳐놓지 말고, 사람 사이에 불륜과 같은 배신 행위가 일어나게 된 원인을 이해해보아야겠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경험으로부터 배워나가야 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불륜은 실패한 관계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
흔히 불륜으로 인해 결혼이나 관계가 깨진다고 생각하지만, 불륜은 실패한 관계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다시 말해, 불륜은 실패한 결혼의 징후이며 서로 이미 사랑이 식어버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곧 불륜이라는 의미다.
부부는 서로 존중하고 사랑받아야 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로 대접받지 못하면 자존감에 심한 상처를 입고 분노한다. 아내는 남편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면 비참해 하고 절망스러워한다. 그래서 때로 홧김에 복수하려고, 혹은 자존감의 회복을 위해 외도를 하려하기도 한다. 둘 다 결과는 당연히 돌이키기 힘들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바르타(William D. Barta) 교수는 상대방에 대한 정서적 불만족과 무시당하는 느낌, 그리고 관계 속에서 평소에 자주 느끼는 분노가 외도의 주된 동기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설명한다.[8] 이와 더불어 상대방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바람을 피우게 되었다는 고백은 물론, 상처를 주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었으며 이를 통해서라도 배우자에게 얻고 싶었던 관심이 내면에 바탕이 되어 있음을 알아내기도 했다. 어떤 경우에는 외도가 관계 회복을 위한 불행하고 처절한 마지막 구호 신호였을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위한 서로의 노력
부부는 서로 존중하고 사랑받아야 한다. 출처/ http://pixabay.com 사람은 모두 다르다. 사소한 욕구도 당연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섬세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없다면 상대의 사소한 욕구를 파악하기는 정말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랑한다면 상대방의 기본적인 욕구의 충족은 물론 신뢰를 저버리는 사소한 행동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서로는 서로의 행복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인은 행복해야 하지만 실제로 행복한 시간보다 괴롭고 힘든 시간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진정한 삶과 행복을 위해 기꺼이 서로 사랑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아도 결혼한 커플의 절반은 헤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커플이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되어 등을 돌린다. 나머지 절반 중에서도 사랑에 기반을 둔 완벽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은 1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크게 절망스러운 결과이다.
서로 믿고 사랑하는 데에는 두 사람의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 앞에 세상만물이 변하듯이 사랑을 시작했을 때의 조건과 감정은 반드시 변하고야만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우연으로 시작된 인연이 사랑이라는 기적으로 발전하고, 행복으로 굳건하게 걸어가는 그 시작은 진실한 마음으로 서로 소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것은 관계의 발전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통이 고통이 되는 순간 관계는 끝나는 것인가? 아니다. 또 다시 노력이 필요한 시점임을 알아야 하는 순간이다. 고통이 되어버린 원인을 찾고 다시 소통이 되도록 서로 책임감 있게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길이 아닌 길은 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건, 다시 돌아오는 길에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